‘봄이로소이다’ <다큐멘터리 3일> – 구례 냉천마을 72시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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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하이라이트=이미선 기자)

방송 : 2020년 4월 3일(금) 오후 10시 50분 KBS1TV

봄이 왔건만 봄을 느끼지 못하는 요즘, 코로나19가 온 전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남도에선 어김없이 봄이 시작되었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감싸안은 전남 구례는 3월이면 노란 산수유가 피어나 봄을 알리는 곳이다.

‘3大(지리산, 섬진강, 평야) 3美(경관, 곡식, 인심)’ 의 고장으로 알려진 구례의 여러 마을 중 마산면 냉천리는 지리산 자락 입구에 자리한 동네다. 

꽃이 피고 푸른 잔디가 가득한 냉천마을은 봄의 일상을 준비하는 주민들로 한창이다.  움츠러든 일상에도 여전히 봄이 시작된 곳, 구례 냉천마을의 3일이다.

▶ 산 좋고 물 좋고 살기 좋고!

전라도에서 제일 작은 군이 구례군이라면 구례군에서 제일 큰 동네는 냉천리다. 300여 가구에 740여 명이 살 만큼 큰 고을을 형성한 이곳은, 예부터 ‘이웃 면장보다 냉천리 이장’이라고 할 만큼 그 규모에 대한 명성이 자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리산으로부터 내려온 맑은 물과 드넓은 분지가 형성한 비옥한 토양은 냉천마을 사람들에게 넘쳐나는 곡식 재배를 가능케 했다. 게다가 마을에 있는 두 개의 샘은 진시황과 얽힌 설화가 전해질 정도로 맑고 깨끗해, 주민들의 자부심에 한몫한다.  

 “사람이 사는데 3대 요소가 물 좋고 산 좋고 공기 좋은 건데, 

냉천리는 그 모든 것을 갖췄으니 장수 안 할 수가 없는 거죠” 

– 소재덕-

들에서, 밭에서, 곳곳이 봄맞이

냉천마을의 봄은 할머니들이 들에 나오면서 시작된다. 지천에 널린 쑥부쟁이와 쑥, 머위 등의 봄나물은 할머니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천지가 반찬’인 셈이다.  또 농부들은 한해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흙을 갈고, 주민들은 겨우내 하지 못했던 집수리와 정원 정돈을 하며 봄을 맞이한다. 

“시간을 이기진 못하는 거 같아요. 사람도 그렇고 식물도 그렇고 생물들이 

시간이 되니까 생명을 틔우려고 조금씩 싹을 보이는 게…”

– 이문규 – 

겉으론 보이지 않는 곳도 있다. 마을의 너른 평야에 즐비한 오이와 호박, 표고버섯 하우스 내부는 농부들의 구슬땀으로 가득하다. 이들 농부는 자신의 상태보다 작물의 환경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전국 각지에 맛좋은 작물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 남춘희, 김재연 부부는 30년간 오이 하우스 농사를 꾸리다 올해 표고버섯 농사로 전향한 농부들이다. 남편 건강상의 이유로 힘겨운 농사일을 그만두려고 했지만 쉼도 잠시, 오랜 세월 동안 농부로서 살던 삶은 멈춤을 몰랐다. 그나마 수월하다는 표고버섯 농사를 짓게 된 것이다. 이젠 자식 농사도 다 짓고, 두 부부가 먹고 살만큼의 여유만으로 행복하다는 그들이다.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가고 싶은 데가 있으면 가는 지금. 

그냥 이렇게 이 정도로만 살면 이게 봄날이지, 더 바랄 게 뭐 있어요?” 

– 남춘희 – 

고진감래의 산물, 냉천 조청

자연에 기대어 사는 냉천마을 사람들처럼, 자연을 담은 슬로우 푸드를 만드는 곳도 있다. 바로 냉천 조청 공방이다. 마을의 풍성한 곡식을 활용해 오래전부터 집집마다 조청을 만들던 마을 풍습은 6년 전, 영농조합 법인 출범의 계기가 되었다. 찌고, 거르고, 졸이고… 완성까지의 과정만 3일이 걸리는 데다, 기계의 힘이라곤 고두밥과 엿기름을 섞는 작업에만 빌리기 때문에 손수 들어가는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달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이기 위한 14명 회원들은 모두가 사장이 되어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다. 그들의 정성은, 고진감래(苦盡甘來) 그 자체다.

“코로나19든 개인의 건강이든, 

달콤한 냉천 조청 드시고 기운을 되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김선혜 – 

구례의 오일장의 봄과 휴장

구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몇 가지가 있다면, 그중 하나는 구례 오일장이다. 지리산에서 나는 약재와 산나물 등 구례 고유의 산물은 물론, 남원, 곡성, 하동, 여수, 순천 등지의 장돌림 상인들이 총집합해 그야말로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장터기 때문이다. 

3일과 8일을 끼고 열리는 구례 오일장은 웬만한 시장 네 개를 합친 규모를 자랑한다. 남도 전역의 장꾼들이 만나 물건을 사고팔던 2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은 봄이 되면 온갖 산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된다.

쉬엄쉬엄 캐온 봄나물을 내다 파는 할머니부터 새벽 일찍부터 생선을 싣고 오는 해안가 상인들, 손님들의 입과 배를 채우는 호떡 장수, 봄이면 빼놓을 수 없는 꽃과 묘목 장수들까지. 그 품목과 사연 또한 셀 수 없이 많은 구례 오일장엔 마트와 비교할 수 없는 사람 사는 냄새가 서려 있다.

하지만 오일장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두 장의 휴장이 결정된 것이다. 생계의 마지노선마저 쉬게 한 감염병이지만 늘 그래왔듯 오늘에 만족하고 내일을 기다리겠다는 상인들은 봄의 새순처럼 단단했다.

“인생살이가 그래요. 걱정만 하고 살면 안 돼.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거든. 

흘러가니까 흘러가는 대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살아야죠, 열심히.”

– 이숙희 – 

(뉴스하이라이트=이미선 기자, news@newsh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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